오리지널 1933년도 《킹 콩》과 더불어 역대 킹콩 영화들 중 최고로 뽑히는 걸작 블록버스터이다. 볼거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던 1933년의 오리지널 영화나, 스토리에 더 집중한 1976년도 영화그 영화 속편은 제외와는 달리, 볼거리와 스토리 양면에 정성을 들여 관객, 비평가, 팬들의 찬사를 받았고[1], 북미 2억 달러, 전 세계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추가로 2차 시장에서 굉장한 돈을 벌었으며, 일주일 동안 팔린 DVD 매출만 해도 1억 달러에 육박했는데, 이는 유니버설 픽처스 사상 최고의 판매고라고 한다.하지만 자동차들이 치고 박는 영화가 나오면 어떨까? 아카데미상도 수상하고 평도 좋은데다 흥행에도 성공했으니, 감독 피터 잭슨은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시대 배경은 원작영화와 같은 1930년대 대공황 시대로, 성적(性的) 분위기가 감돌았던 1976년도 버전과는 달리, 앤에 대한 킹 콩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원작에서 선원이었던 잭 드리스콜이 극작가로 바뀌어서, 여배우 앤 대로우(Ann Darrow)와의 로맨스도 어색하지 않고, 해골섬에 가는 이유도 당위성이 잘 갖추어졌으며, 대공황 시대 뉴욕도 정교하게 묘사하는 등 모든 면에서 탄탄하다. 후에 킹 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떨어져 죽기까지의 묘사도 훌륭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더불어 눈물까지 자아내게 한다.

극 중 등장하는 킹 콩도 1933년작과 1976년작 킹 콩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강력한 야수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이면서도,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이 가미되어 대단히 멋진 캐릭터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도 킹 콩이 안 나와서, 나이가 어리거나 성질 급한 관객들에게는 좀 지루할 수도 있는 구성이라든가[2], 다소 편집이 늘어지는 후반부의 복엽기 활극장면[3], 총 세 시간이 넘어가는 상영시간 정도가 단점 같지 않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킹 콩과 V-렉스 3마리의 결투장면은 제작 초기부터 구상되었다. 《킹 콩》에 쓰인 특수효과들은 《반지의 제왕「을 가볍게 압도하는 수준이며, 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 음향효과, 음향의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피터 잭슨은 예부터 영화 《킹 콩》의 팬으로, 이 영화를 찍고 싶어 투자자를 찾아다녔지만, 도저히 투자비용을 구할 수 없어서, 일단 섭외가 된 《반지의 제왕》이나 만들었는데(…)[4] 이게 엄청난 대박을 쳐서 감독으로서의 입지가 상종가를 친 덕에, 원하는 대로 《킹 콩》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때문인지 그의 《킹 콩》에는 여러 이스터 에그와 오마주들이 들어있다.

좋게 말하면 굉장히 열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출세욕과 명예욕 등에 사무친 또라이 3류 감독 칼 덴험(Carl Denham)[5]을 연기한 잭 블랙의 열연도 볼만하다.[6] 앤 대로우는 나오미 와츠[7], 잭 드리스콜은 에이드리언 브로디, 주인공 파티 중 수염 난 갑판요리사 럼피는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8], 칼 덴험의 안경 낀 조수 프리스톤은 톰 행크스의 아들 콜린 행크스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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