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와 고대 인류의 결정적 차이

좋은 자료가 있으면 좋다. 이런 당연한 말을 나는 계속 반복하고 있다. 거의 완전한 형태의 데니소바인 유전체는 오늘날 현생 인류와 고대 인류 사이의 차이점, 특히 유전적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 외형적 차이와 생리학적 차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Meyer, et al.」에서는 오늘날 현생 인류를 과거 조상보다 더욱 파생된 형태로 놓고 데니소바인을 과거 공통 조상 형태와 비슷한 형태로 놓고 둘 사이에 염기 서열 치환(substitution, 置換)이 어느 정도 일어났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인간 종 사이의 염기 서열 치환은 전부 118,812개 발생했으며, 9,444개의 유전자 삽입(gene insertion, 遺傳子揷入)과 유전자 삭제(gene deletion, 遺傳子削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 일반적으로 한 두 개 정도의 미약한 염기 서열 변화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정말로 치명적인 사례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변화가 계속 누적된다고 하자. 초기 한두 개 정도의 염기 서열 변화는 당장에 아무 영향도 없다 할지라도, 그런 변화가 열 개, 백 개, 천 개, 그리고 수십만 개 누적된다고 가정하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유전자 일부분이 완전히 삭제되거나 새로 유입된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수천수만 년 동안 누적된 변화는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기능을 담당하는 주요 인자(因子)인 단백질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심지어 이들이 생명체 안에서 발현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데니소바인 등의 고대 인류에서 현대 인류로 인간이 진화를 거듭했을 때, 우리 유전자 안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파보 박사 연구팀은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변화 가운데 뇌의 기능과 신경계 발달에 관련된 여덟 가지 유전자인 NOVA1, SLITRK1, KATNA1, LUZP1, ARHGAP32, ADSL, HTR2B, CBTNAP2의 염기 서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3]. 그 가운데 SLITRK1와 KATNA1은 신경 세포의 축삭돌기(axon, 軸索突起)와 수상돌기(dendrite, 樹狀突起)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며, ARHGAP32와 HTR2B는 시냅스 전달(synaptic transmission, -傳達)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졌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자폐증(autism, 自閉症)과 관련된 유전자인 ADSL과 CBTNAP2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점인데, 특히 CNTNAP2 유전자는 언어 장애와 관련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전자로 언어와 대화 기능의 발달 및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可塑性)의 중요한 발달 조절 인자로 알려진 FOXP2 유전자의 조절을 받는다고 연구 및 보고된 적이 있다 [3].

더불어 「Meyer, et al.」에서는 오늘날 인간의 질병과 명확히 연관된 34개의 유전자에서도 데니소바인 유전체와 비교했을 때 어떤 유의미한 유전적 변화가 있었음을 관찰했다. 파보 박사 연구팀이 관심을 둔 34개 유전자 가운데 HPS5, GGCX, ERCC5, ZMPSTE24라는 네 가지 유전자는 피부 관련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로 알려졌으며, RP1L1, GGCX, FRMD7, ABCA4, VCAN, CRYBB3란 여섯 가지 유전자는 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3].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데니소바인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유전적 차이가 생리학적으로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지 완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는 유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데니소바인과 같은 고대 인류가 현생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유전자의 변화는 오늘날 현생 인류에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생리학적 특성을 부여한 게 아닐까? 그리고 그런 변화된 특성은 자연 선택으로 더 공고히 되는 쪽으로 진화가 확고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닐까? 너무 뻔한 말이겠지만,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 「Meyer, et al.」에서는 EVC2라는 유전자의 변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뒀다. 왜냐하면, EVC2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엘리스-반 크레벨트 증후군(Ellis-van Creveld syndrome)이라는 유전 질환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이 병은 발달 과정에서 치아가 우상치(taurodontism)라고 하는 황소의 것과 같은 형태를 띠면서 구강 내부가 전반에 걸쳐 확장되고 치근(dental root, 歯根)이 하나로 합쳐지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3, 20]. 물론 이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하면 구강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발달 과정에 이상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파보 박사 연구팀이 이 유전자의 염기 서열 차이에 관심을 둔 이유는 엘리스-반 크레펠트 증후군에 걸린 환자의 구강 형태가 네안데르탈인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기 나타내기 때문이다 [3]. (내가 보기엔 별로 비슷해 보이지 않는데, 잘 모르겠다.) 물론 데니소바인의 어금니는 전체적으로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하지만, 치근이 두 개이므로 앞의 유전 질환에서 나타나는 병리학적 증상과는 차이가 있다 [그림 5, 왼쪽]. 하지만 엘리스-반 크레벨트 증후군의 증상 일부와 네안데르탈인 및 데니소바인의 어금니 뼈 구조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고대 인류가 오늘날 현생 인류로 진화했을 때, EVC2 유전자를 포함한 다양한 유전자의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오늘날 인간의 치아 구조와 같은 형태를 띠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데니소바인과 현생 인류 사이의 유전적 차이에 대해 살펴봤다. 이러한 사실은 데니소바인과 같은 고대 인류 부류가 오늘날 현생 인류로 진화하면서 형태학적 기능적 변화를 줄 수 있는 많은 유전적 변이를 겪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언어 기능 및 지적 능력과 관련도 부분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이 고대 현생 인류보다 지적인 면에서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측면에서 그들은 오늘날 인류의 가까운 조상보다 더 뛰어난 점도 있었을 것이며,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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